믹스보이스는 제3의 발성기관도, 새로운 소리도 아닙니다. 성대를 실측한 연구에서 노래 음역의 성대 모드는 두 가지(진성 계열 M1, 가성 계열 M2)로 측정됩니다. 믹스는 이 둘이 바뀌는 구간(파사지오)을 덜컹거리지 않게 넘기는 기술입니다.
소리가 뒤집히는 건 목이 잘못돼서가 아니고, 두 모드 사이에 원래 경계가 있어서입니다. 연습은 특별한 소리를 찾는 게 아니라 그 경계 구간을 다루는 쪽으로 잡아야 합니다. '우' 모음 사이렌으로 내 파사지오 위치를 아는 게 시작입니다.
고음에서 모음이 살짝 변하는 건 실수가 아닙니다. 물리 법칙에 맞추는 조정입니다.
믹스보이스를 검색해 보면 말이 다 다릅니다. 누구는 "진성과 가성을 섞은 제3의 소리"라 하고, 누구는 "믹스보이스라는 건 없다, 상술이다"라고 합니다. 배우는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성대를 초고속 카메라와 전기 신호로 직접 들여다본 연구들이 있고, 답은 생각보다 분명합니다.
성대의 모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노래하는 음역에서 성대가 일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측정됩니다. 연구자들은 M1, M2라고 부르는데1,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성(흉성)과 가성이 대체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M1은 성대가 두툼하게 만나 꽉 붙었다 떨어지는 모드라 소리가 단단하고 배음이 풍부합니다.
M2는 성대가 얇고 팽팽하게 늘어나 가장자리만 가볍게 스치는 모드라 소리가 가볍고 얇아집니다. 트램펄린으로 치면, 두꺼운 매트를 통째로 튕기는 것과 팽팽하게 당긴 얇은 천을 튕기는 것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문제는 이 두 모드가 만나는 구간입니다. 올라가다 어느 음에서 소리가 '뒤집히는' 경험, 다들 있을 겁니다. 이 구간을 파사지오(환절구)라고 부르는데, 실측에서도 이 지점에서 성대 진동과 소리 신호가 실제로 불연속하게 점프하는 게 확인됩니다1. 뒤집히는 건 목이 잘못돼서가 아닙니다. 두 모드 사이에 원래 있는 경계입니다.
믹스는 따로 있는 소리가 아니라 다루는 기술입니다
그럼 믹스보이스는 뭘까요? 성대를 실측해 보면, 믹스로 노래하는 순간에 제3의 새로운 진동 모드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측정되는 건 둘 중 하나입니다.
M1을 평소보다 가볍고 얇게 쓰거나, M2를 평소보다 단단하게 쓰는 상태입니다. 믹스는 새 엔진이 아니라 기어를 티 안 나게 바꾸는 운전 기술에 가깝습니다. 숙련된 성악가를 고속 촬영한 연구에서도 전환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2. 잘하는 사람도 변속은 합니다. 덜컹거리지 않게 할 뿐입니다.
이렇게 보면 연습 방향이 달라집니다. "믹스보이스라는 특별한 소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미궁에 빠지기 쉽습니다. 할 일은 이미 갖고 있는 두 모드의 경계 구간을 매끄럽게 넘기는 것입니다.
감각을 찾아 헤매는 일이 아니고, 연습하면 느는 기술입니다. 남자는 특정 모음에서 뒤집힘이 더 심해지는 것도 음향학으로 밝혀져 있어서, 그 구간에서 모음을 살짝 조정하는 게 수업에서 실제로 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4.
마이크로 최저음과 최고음을 측정하면 내 음역이 어디까지고, 어느 지점부터 소리가 불안해지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설치나 가입 없이 바로 쓸 수 있습니다.
음역대 측정 도구 열기스펙트럼으로 보면 믹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말로 하면 끝이 안 나는 믹스 논쟁도, 소리를 주파수별로 펼쳐 놓은 스펙트럼 화면에서는 생각보다 단순하게 보입니다. 목소리는 기본음(H1)과 그 정수배인 배음(H2, H3…)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입안과 목 안의 울림(첫 번째 포먼트, F1)이 그중 어느 배음을 키워 주느냐에 따라 질감이 갈립니다.
음향 모델과 실측 연구를 보면 가성이나 두성은 F1이 기본음(H1) 위에 있고, 진성이나 흉성은 2배음(H2) 위에 있습니다. 믹스는 H1과 H2가 비슷한 높이입니다.7 귀로 들으면 진성 같기도 하고 가성 같기도 한 그 애매한 소리가, 화면에서는 두 기둥 키가 비슷한 모양으로 보입니다.
이 그림을 알면 올라가다 왜 막히는지도 보입니다. F1은 후두 높이를 따라 움직입니다. 음을 올리면서 후두가 같이 뜨면 F1도 음을 쫓아 올라갑니다.
F1이 2배음에 계속 붙은 채로 흉성 질감을 고음까지 끌고 가다가, 어느 음에서 더는 못 가고 소리가 뒤집힙니다. 후두를 낮게 두면 반대 일이 생깁니다.
모음을 '어'나 '우'로 모으거나 립트릴, 빨대 같은 반폐성도 연습을 하면 F1이 기본음 쪽에 머뭅니다. 그러면 가볍게 출발한 소리도 위쪽 울림(F2, F3)이 배음에 맞춰지면서 점점 진성처럼 들립니다.8 믹스 훈련 순서가 늘 같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어·우 모음과 반폐성도로 F1부터 안정시켜 성구 전환을 매끄럽게 만들고, 그 뒤에 링이나 트웽으로 소리를 진하게 만듭니다. 순서를 건너뛰고 힘부터 주면 가벼운 믹스를 쥐어짜서 만든 소리가 됩니다. 귀는 찌르는데 강약은 안 되는 반쪽짜리 소리입니다.
울림이 도와주는 음과 방해하는 음이 따로 있습니다
파사지오가 왜 하필 그 음 근처에서 오는지도 같은 원리로 설명됩니다. 성대 위의 공간(성도)은 하나의 관입니다. 배음이 이 관의 울림 꼭대기(F1) 바로 아래에 있을 때는 관 안의 공기가 성대 진동을 거들어 줍니다(이너턴스).
배음이 꼭대기를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거꾸로 방해가 됩니다(컴플라이언스).9 올라가다 2배음이 F1을 넘는 지점이 음향적인 성구 전환점입니다. 성인 남성의 성도 길이가 17cm 안팎이라 첫 꼭대기는 500Hz 근처에 옵니다.
음으로 치면 남자는 2옥타브 파에서 라, 여자는 3옥타브 도에서 미 사이에서 뒤집히는 사람이 많습니다.10 성도 길이는 사람마다 달라서 이 숫자는 어디까지나 대략입니다. 내가 뒤집히는 음이 왜 늘 그 자리인지는 목의 결함이 아니라 관의 길이가 정합니다.
벨팅과 클래식은 같은 엔진의 다른 세팅입니다
믹스와 자주 묶여 나오는 벨팅 이야기도 짚고 가겠습니다. 뮤지컬이나 가요에서 높은 음을 진성처럼 강하게 지르는 창법을 벨팅이라고 부르는데, 이것도 측정해 보면 특별한 제3의 발성이 아니고, 울림 세팅이 다른 것입니다.
벨팅은 입을 크게 열고 밝은 모음을 써서 입안의 울림 주파수를 높은 음에 바짝 붙이는 전략이고, 클래식은 반대로 울림을 낮게 안정시켜 부드럽게 얹는 전략입니다. 연구 사례가 많은 분야는 아니지만 측정 결과들은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5 같은 엔진을 기어비만 다르게 쓰는 겁니다.
이게 중요한 건, 창법을 바꿀 때 목에서 뭘 새로 만들 필요가 없어서입니다. 발라드를 부르다 뮤지컬 곡을 준비할 때 필요한 건 새 성대 사용법이 아니고 입 모양과 모음, 그러니까 울림 세팅을 바꾸는 일입니다. 이렇게 잡으면 연습이 훨씬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벨팅은 목에 나쁘다는 말도 그래서 정확하지 않습니다. 연구는 벨팅을 위험한 발성으로 보지 않고 다른 튜닝 전략으로 적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흉내 내면 목에 힘부터 들어가긴 합니다. 순서를 밟아 배울 일이지 피할 일은 아닙니다.
진성처럼 들린다는 느낌도 측정이 됩니다. 고음이 흉성으로 들리는 건 배음이 촘촘하고 위쪽까지 살아 있을 때 뇌가 거칠기(roughness)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스펙트럼 기울기가 완만하면(옥타브당 12dB 안팎) 진성으로, 가파르면(20dB 안팎) 가성으로 들립니다.11
벨팅이 진하게 들리는 것도 위쪽 배음을 살리는 튜닝 덕분이지, 성대를 더 세게 부딪혀서가 아닙니다.
고음에서 모음이 변하는 건 실수가 아닙니다
믹스·벨팅 연습에서 알아두면 억울함이 줄어드는 물리 법칙이 하나 있습니다. 음이 충분히 높아지면 원래 모음을 유지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모음은 입안 울림의 주파수 배치로 만들어집니다. 노래하는 음 자체가 그 주파수보다 높아지면 그 모음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6
소프라노가 최고음에서 부르는 가사가 잘 안 들리는 건 발음이 나빠서가 아니라 물리학입니다.
연습에서는 이렇게 됩니다. 고음에서 '이' 모음이 '에'처럼 열리는 건 잘못이 아니고 필요한 조정입니다. 뒤집힘이 심한 구간에서 모음을 살짝 조정하라는 처방(위에서 말한 남성 파사지오 관리)도 같은 원리에서 나옵니다. 가사를 또렷하게 지키려고 고음에서 입 모양을 고정하면, 오히려 소리가 막힙니다.
연습할 때는 이렇게 적용해 보세요. 뒤집히는 구간의 프레이즈를 가사 대신 편한 모음 하나로 먼저 통과시키고, 그게 안정되면 가사를 얹습니다. 모음으로는 되는데 가사를 얹으면 막힌다면 문제는 성구가 아니고 발음 쪽입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학계도 아직 논쟁 중인 부분이 있습니다
믹스가 두 모드 사이의 진짜 중간 상태인지, 전환을 잘 숨긴 것뿐인지는 학계에서도 아직 논쟁 중입니다. 이 분야의 대표 연구자인 잉고 티체가 2018년에 내린 결론도 "단순한 답은 당분간 없다"였습니다3. 믹스는 이거다, 하고 단정하는 설명을 만나면 한 발 물러서서 들으셔도 됩니다.
연습에서 쓸 결론은 논쟁과 상관없이 같습니다. 경계 구간은 훈련으로 매끄러워지고, 그 훈련은 무작정 지르는 게 아니라 가벼운 소리에서 시작합니다.
혼자 하다 막히는 지점이 정해져 있습니다
파사지오 훈련이 혼자 하기 어려운 건 본인 귀에는 덜컹거림이 잘 안 들려서입니다. 몸 안에서 듣는 내 소리와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다릅니다. 그래서 이 구간은 옆에서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훨씬 빨리 늡니다. 첫 레슨에서 사이렌 몇 번이면 전환 구간이 어디고 어느 쪽 모드부터 다듬어야 하는지 바로 확인됩니다. 거기서부터 순서를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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